학부 전공이 수학인 개발자가 많이 듣는 이야기

Ivy
5 min readJul 13, 2020

저는 학부 전공이 수학이고, 20대 후반에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대부분 컴퓨터과학 전공이거나, 10대에 코딩을 시작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특이 케이스여서 어디에서나 많이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수학을 잘 하면 개발에 도움이 되요?

함께 일했던 분들에게 항상 들었던 질문입니다. 그때마다 제 답변은

아직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 모르겠어요. 수학 공부가 도움이 되는 부분을 찾는게 제가 하고 싶은 일 중에 하나에요 :)

인데요. 그리고 대부분

그래도 논리적 사고를 하는 측면에서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라는 말을 하시기도 합니다.

오늘은 ‘수학공부와 논리적 사고'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수학 공부를 통해 논리적 사고를 향상시키는 방법

우선, 논리적 사고는 수학이 아닌 다른 학문을 공부할 때도 훈련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학 공부를 하면서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방법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1) 주제와 관련된 내용을 최대한 많이 알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수학을 떠올리면 중고등학생때 문제집을 풀던 것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수학과에 진학해 마주하게 되는 것은 증명입니다. 주제와 관련되어 아는 것이 많으면 많을 수록 증명을 할 때 쓸 수 있는 아이디어가 많아집니다.

왜 증명에 아이디어가 필요한지 대학교 2학년 때 배우는 해석학 1장에서 등장하는 증명문제를 함께 보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https://math.stackexchange.com/questions/255637/for-every-real-x0-and-every-integer-n0-there-is-one-and-only-one-real-y

‘0보다 큰 모든 실수 x와 0보다 큰 모든 정수 n에 대해서, y^n = x 를 만족하는 0보다 큰 실수 y는 오직 하나만 존재한다' 라는 직관적으로는 당연해 보이는 명제가 참인지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만났을 때 관련된 내용을 최대한 많이 알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었습니다.

(2) 아는 내용을 구조화 시켜야 합니다.

저는 수학공부가 사고실험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증명된 명제들 간의 연관관계를 언제든지 보기 쉽게 정리하고, 구조화 시켜서 외워야 합니다. 그래야 처음 보는 문제가 어떠한 개념과 연관되어 있는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해석학 정리노트 일부분

간단한 예시를 들기 위해 최근에 해석학 공부를 하면서 정리하는 노트의 일부를 가져왔습니다.

a. 순서관계는 ‘반사적이고 반대칭적이면서 추이적인 관계를 말한다' 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b. 이전 챕터에서는 ‘반사적이고 반대칭적이면서 추이적인 관계’를 ‘동치관계' 라고 부른다고 배웠습니다.

c. 이 때 ‘순서관계'와 ‘동치관계' 라는 두 용어의 관계를 반드시 연결시켜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 후에 ‘순서관계'에 대한 설명을 하는 동시에 ‘동치관계'에 대한 추가정리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3) 알고 있는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면서 논증 전개 방식을 더 가다듬을 수 있고, 스스로 오류를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꼭 옆에 사람이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청중이 있다고 생각하고 혹은 발표 자료를 만들면서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추천하는 수학 공부 방법

단기간에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고 싶으신 경우에는 수학 공부가 그 목적에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히 무언가를 끝내겠다는 생각을 버리실 수 있다면, 수학 공부에서 더욱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1)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외우고 넘어갑니다.

저는 중고등학교 수학이든 대학 수학이든 이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해가 안되는 부분을 붙들고 있다가는 전체 내용을 한번 읽어보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 과정에서 포기하게 됩니다.

지금은 이해를 못하고 넘어가더라도 괜찮습니다. 외우고 있는 개념간의 연관관계만 기억해두는 것으로도 괜찮으니 책을 끝까지 읽어주시면 나중에 도움이 됩니다.

(2) 목적에 맞는 공부를 해야합니다.

수학에는 많은 분야가 있습니다. 먼저 학부에서 배우는 전공 수학이 배우고 싶은지, 중고등학교 시절에 미처 학습하지 못했던 부분을 채우고 싶은지 부터 결정하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주로 공부하고 싶다고 이야기 들었던 주제는 ‘삼각함수', ‘미적분' 등에서 technical 하게 계산을 빠르게 해야하는 부분 인데요. 이 때에는 가장 많이 듣는 강의를 들으면서, 진도에 맞는 문제를 많이 풀어보기를 권해드립니다.

(3) 기초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가끔 지인들에게 ‘미적분에서 특정 단계에서 수식 계산 방법을 모르겠는데, 중학수학 혹은 고등수학을 어디서부터 다시 해야하는 거냐’ 라는 질문을 들을 때가 있는데요. 저는 해당 계산 방법만 외우고 넘어가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수식 계산은 일부분이기 때문에 처음에 재미를 느끼고, 하고 싶었던 공부를 끝까지 마치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학을 잘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잊고 지내다가 최근에 다시 좋아하게 되어서 해석학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해석학 공부를 잘 마친 후에, 다음 글에서는 수학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느꼈던 부분을 공유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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