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개발팀의 온라인 회고

Ivy
9 min readAug 23, 2020

저는 애자일 코치가 있는 회사의 개발자로 근무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함께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과 1~2주마다 회고를 했는데, 그 시간에 논의했던 내용이 의미있는 변화를 만드는 시작점이 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매주 번갈아가면서 퍼실리테이터가 되어 회고를 진행했던 경험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항상 의미있던 시간이 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개선해야할 부분에 대해 어렵게 합의를 이루고 Action Item을 선정해도 잘 고쳐지지 않고, 계속 비슷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경우 회고 시간이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회고’라는 기법을 잘 사용하면, ‘협업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활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회고의 다양한 형태

제가 그동안 경험했던 회고는 크게 3가지 형태입니다.

아래의 내용은 저의 경험에서 ‘회고'가 어떤 도구로 쓰였는지를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 애자일 코치의 관점에서는 다소 부족하거나 오류가 내포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1) 팀 빌딩

회고는 지난 일을 되돌아 보는 것인데, 왜 회고에서 ‘팀 빌딩'을 주제로 논의하는 것인가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주로 ‘어떤 팀에서 일하고 싶은가’에 대한 주제로 논의하는데, 멤버들의 다양한 과거 경험들이 뒤섞여 현재의 팀에서 적용하고 싶은 가치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함께 해 볼 수 있는 활동은

  • 팀의 목표/지향점(Mission)을 한문장으로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물론 팀이 만들어질 때 해야할 일은 정해져 있지만, 멤버들 간에 합의된 지향점이 있으면 미래에 해야할 일을 결정할 때 기준점이 되곤 했습니다.

팀 Mission 예시 (훨씬 훌륭한 Mission이 많습니다, 급하게 만든 예시입니다)

위의 예시처럼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지향점을 한 문장으로 만들어가는 활동을 하면서, 동료의 생각을 듣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문장을 팀의 Mission으로 설정하고,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둡니다. 그리고 팀 Mission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다시 논의를 해볼 수도 있습니다.

그 다음에 더 해볼 수 있는 활동은

  • Ground rule을 세우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나 업무 프로세스에서 지켜야 할 규범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Ground rule은 언제든지 이를 기준으로 현재의 상태를 점검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합니다.

예) 과제 시작 전에 함께 설계하고, subtask를 JIRA에 등록하여 담당자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한다 등

그리고 멤버들이 모두 동의한다면,

  • 팀에서 이루고 싶은 것을 공유하는 활동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논의를 통해 멤버들이 팀에 갖고 있는 기대치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업무 외에도 스스로 기여하고 싶은 바가 명확히 있는 경우, 이 시간에 멤버들에게 자신의 관심사를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게 됩니다.

서로의 기대치를 알게 되면, 개인이 이루고 싶은 바가 팀의 지향점에서 어긋나지 않도록 조정할 수도 있게 됩니다. 그리고 만약 조정이 불가능한 수준이라 하더라도, 빠른 시기에 간극을 파악했으니 다른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2) 프로젝트 회고

1달 이상의 프로젝트의 경우, 출시 후에 그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프로젝트 회고를 했습니다.

프로젝트 timeline 에 따른 각자의 상태를 포스트잍에 적은 후, 그래프를 만드는 활동을 한다
  • 위 그래프의 x축은 timeline 이고, y축은 만족하는 정도를 나타냅니다.
  • 프로젝트 timeline 을 따라, 잘했던 부분과 아쉬웠던 부분 등을 포스트잍에 한문장으로 적습니다.
  • 이 때, 멤버마다 각기 다른 그래프가 그려지기 때문에 개선할 부분을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공유하는 내용은 업무에 관한 내용만 적어도 좋고, 개인적인 일을 포함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인 일도 일부 포함을 시키곤 합니다. 앞으로 오랜 기간 함께 일해야 하는 동료이기 때문에, 내가 어떤 상황에서 능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는지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그리고 항상 회고의 마지막에는 다음 프로젝트에서 개선하고 싶은 부분을 ‘개인’과 ‘팀’ 관점에서 각각 선정했습니다.

위와 같은 회고 방식이 부담스럽다면, 짧게 회고를 하는 것도 좋습니다. 주로 1달 이하의 비교적 짧은 기간의 프로젝트에서는

  • 기억에 남는 일을 3–5가지 내로 선정하여, 만족도에 따른 평점을 부여한 후 그 이유를 공유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3) 주기적인 상태 공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도중에 주기적으로 회고를 진행하는 것은 ‘우리가 처음에 생각한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주로 1~2주마다 회고를 통해 지금 하는 일을 통해 배우고 있는 것, 개선하고 싶은 일 등을 되돌아 봅니다.

매번 문제의식을 갖고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힘들 수는 있지만,

  • 가볍게 현재 하고 있는 일에서 배운 점, 아쉬운 점을 공유하고 (가능하다면) Action item을 선정했습니다.
  • 멤버들이 모두 동의한다면 health check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온라인으로 회고를 진행한다면?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가 조금씩 생기고 있는 요즈음, 저는 이직을 했습니다. 그리고 새로 만들어진 팀에 합류하게 되어 팀 빌딩을 위한 회고를 해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아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긴 했지만 온라인으로 회고를 해본적은 없기 때문에 ‘멤버들에게 회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온라인 회고가 시간낭비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준비했던 과정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한동안은 온라인으로만 회고가 가능한 상황일테니, 점차 현재의 팀에 맞도록 보완해가고 싶습니다.

(1) 협업에 도움이 되었던 회고 형태를 정리했습니다.

가장 도움이 되었던 회고 방식을 글로 정리하고(위의 ‘회고의 다양한 형태’를 참고해주세요), 회고 시간을 찍어둔 사진을 다시 꺼내봤습니다. ‘더 많이 찍어두고, 기록해둘걸.’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현재의 팀에 적합한 방식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2) 회고 형태와 주제를 공유하고, 멤버들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멤버마다 같은 상황에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주제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공유를 하고 회고 시간에 이야기할 주제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회고에 정형적인 틀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제안을 했던 회고의 주제와 방식 외에도 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열어두었습니다.

(3) 진행자로서 회고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제가 설정한 목표는 4가지 입니다.

  • 어떤 팀에서 일하고 싶은지 솔직한 생각을 나누면서, 멤버들이 선호하는 업무 방식과 잘하는 일에 대해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 멤버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팀의 지향점을 만드는 시간을 갖는다.
  • 현재의 문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 논의되는 시간을 갖는다.
  • 서로의 상태를 공유하는 활동에 대한 긍정적인 첫인상을 가질 수 있도록, 솔직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나부터 솔직하게 의견을 말한다.

위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논의할 내용과 진행방식을 수정해 나갔습니다.

(4) 진행할 때 주의해야할 점을 숙지했습니다.

몇 년 전에 퍼실리테이터 교육을 한번 받은 적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굉장히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함께 일했을 때 적극적으로 팀에 회고를 제안했던 지인에게 조언을 구하고, 퍼실리테이션과 관련된 책을 읽었습니다. 도움이 되었던 글과 책을 공유합니다.

(5) 온라인으로 회고를 진행할 때 적합한 도구를 고민했습니다.

  • 화이트보드와 같이 멤버가 의견을 작성하면, 모두가 동시에 볼 수 있어야 합니다.
  • 회고에서 논의된 내용을 기록해두기 편해야 합니다.
온라인 회고 포맷의 일부

실시간으로 공동 편집을 할 수 있는 도구면 가능하겠다고 생각되어, 간단히 Google Slide를 사용했습니다. (당시에는 Miro라는 툴을 몰랐는데, 더 편한 것 같습니다) 위 예시는 제가 만들었던 포맷을 간략하게 공유한 것입니다. 1~2번은 나를 표현하는 카드를 골라서, 스스로 생각하는 강점을 기반으로 멤버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활동입니다. 3~4번은 팀에서 해야하는 일을 논의하고, 앞으로 해야할 일을 정할 때 기준으로 삼을 팀 미션을 한문장으로 만들어보는 활동입니다.

온라인 회고가 끝난 후 느낀점

  • 온라인 회고도 팀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단, 평소에 멤버들 간에 솔직한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는 것이 중요한 전제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할 때에 leadership과 followership 둘 다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두 가지 역할을 모두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팀이라면, 누구든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덜 망설이고 시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해왔지만, 앞으로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방법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코로나의 영향도 있지만, 새로운 형태의 업무 방식에도 잘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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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에서는 ‘매일 하는 회고의 효과'에 대한 내용을 쓰려고 합니다.

저는 업무가 종료되기 전에 혼자 회고를 합니다. 거의 매일 하다보니 스스로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주기가 굉장히 짧아지고, 빠르게 개선하는 재미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업무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저의 성장기를 공유하는 글을 작성할 예정입니다.

도움을 받은 글과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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